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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핵학

혈핵학-탈리세미아 진단을 위한 헤모글로빈 전기영동법 해석 가이드


1. 헤모글로빈 전기영동법의 원리와 임상적 의의
헤모글로빈 전기영동법(Hemoglobin Electrophoresis)은 혈액 내 다양한 헤모글로빈(Hb) 분획을 전기적 성질의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검사입니다. 이 방법은 각 헤모글로빈 분자의 전하와 크기 차이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지는 원리를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HbA(정상 성인 헤모글로빈), HbA2, HbF(태아형 헤모글로빈), 그리고 비정상 헤모글로빈(HbS, HbC, HbE 등)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기영동은 알칼리성(pH 8.4) 또는 산성(pH 6.0) 환경에서 시행되며, 최근에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모세관전기영동(Capillary Electrophoresis) 등 자동화된 고정밀 분석법이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검사는 탈리세미아(thalassemia)와 같은 유전성 빈혈의 감별 진단에 핵심적입니다. 탈리세미아는 α-글로빈 또는 β-글로빈 사슬의 합성 결함으로 발생하며, 그 유형에 따라 혈액 내 헤모글로빈 분포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β-탈리세미아 소형(β-thalassemia minor)에서는 HbA2가 3.5% 이상으로 증가하고, 중증(major)에서는 HbF가 30% 이상까지 상승합니다. 반면 α-탈리세미아에서는 HbH(β4) 또는 Hb Bart’s(γ4)와 같은 특이 헤모글로빈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전기영동 결과 해석의 기본이 됩니다.

검사법 원리 장점 단점
HPLC 전하 차이 빠르고 정확 HbA2/HbE peak 겹침
모세관전기영동 pH 차이 미세 분획 구분 분석 시간 길다
이소전기초점전기영동 등전점 차이 변이 검출 우수 숙련 필요
임상적 의의: 전기영동 결과는 단순히 탈리세미아 진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SCD(겸상적혈구빈혈), HbE 질환, 기타 구조적 헤모글로빈 이상증 등 다양한 혈액질환의 감별에도 필수적입니다.

2. 정상 헤모글로빈 분포와 탈리세미아의 전형적 패턴
성인의 정상 헤모글로빈 분포는 HbA가 95~98%, HbA2가 1.5~3.5%, HbF가 1% 미만입니다. 탈리세미아에서는 이러한 분포가 뚜렷하게 달라집니다. β-탈리세미아 소형에서는 HbA2가 3.5% 이상, HbF는 정상 혹은 약간 증가합니다. β-탈리세미아 중증에서는 HbA가 거의 없고, HbF가 30~95%까지 크게 증가합니다. α-탈리세미아 특이체질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상 분포를 보이나, HbH 병에서는 HbH(β4)가 5~30%까지 검출되고, 신생아에서는 Hb Bart’s(γ4)가 1~2% 이상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탈리세미아 유형 HbA HbA2 HbF 기타 특징
β-탈리세미아 소형 ↓ 4~8% 정상 소구성 빈혈, 경증
β-탈리세미아 중증 없음 2~5% 30~95% 중증 빈혈, 골 변형
α-탈리세미아 특이체질 정상 정상 정상 Hb Bart’s(신생아 1~2%)
HbH 병 정상 정상 정상 HbH(β4) 5~30%
HbE/β-탈리세미아 ↓ HbE peak ↑ 동남아시아에서 흔함
주의사항: 철결핍성 빈혈이 동반되면 HbA2가 위음성(normal range)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혈청 페리틴, TIBC 등 철대사 검사를 병행해야 합니다. 수혈 환자의 경우, 공여자 혈액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수혈 후 최소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재검이 권고됩니다.

3. 단계별 전기영동 해석 프로토콜과 임상 적용
단계 1: 헤모글로빈 분획 정량
HbA2 >3.5%: β-탈리세미아 소형 강력 의심

HbF >30%: β-탈리세미아 중증 또는 유전적 지속성 HbF

Hb Bart’s/HbH 검출: α-탈리세미아 가능성

단계 2: 혈액검사(CBC)와 연계 해석
MCV <80fL, MCH <27pg: 소구성 저색소성 빈혈

적혈구 수 >5.5×10^6/μL: 탈리세미아 특이체질

헤모글로빈 7~10g/dL: 중증 탈리세미아 가능성

단계 3: 간섭 요인 및 추가 검사
HbA2 >10%: 비정상 Hb(E, Lepore 등) 가능 → DNA 분석 필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중: HbA2 가성 상승

철결핍 동반 시: HbA2 정상화 → 철분 보충 후 재검

임상 적용 예시:

탈리세미아 진단을 위한 헤모글로빈 전기영동법 해석 가이드


28세 여성, Hb 11.2g/dL, MCV 68fL, MCH 22pg, 전기영동에서 HbA2 5.3% → β-탈리세미아 소형 진단

신생아, 황달과 빈혈, 전기영동에서 Hb Bart’s 15% → α-탈리세미아(Hb Bart’s 수두증후군)

35세 남성, Hb 8.5g/dL, MCV 65fL, 전기영동에서 HbA 0%, HbF 88% → β-탈리세미아 중증

4. 최신 연구 동향과 진단의 미래
최근 연구에서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검사가 탈리세미아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HbE/β-탈리세미아와 같이 복합 변이가 흔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DNA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전기영동 이미지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어, 숙련도에 따른 해석 오류를 줄이고 진단 일관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HPLC와 모세관전기영동의 자동화는 대량 스크리닝에 적합하며, 소아 및 산전 진단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산전 진단에서는 양수천자 또는 융모막 채취 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중증 탈리세미아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혈장 DNA를 이용한 비침습적 산전 진단(NIPT)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임상 현장에서는 전기영동 결과와 함께, 환자 가족력, 혈구분석기 결과, 철대사 검사, 유전자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